[노트펫] 사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우리나라와 미국은 많이 다릅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 외에도, 국토의 크기나 기후의 분포로부터 반려동물 문화, 보호자의 생활 양식까지 거의 모든 것들이 말이죠.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격언처럼, 한국과 미국의 반려동물 문화에는 닮은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 나라 모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켜지는 명절이 있고, 이 명절을 지키는 습관에 따라 반려동물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미국은 음력 설을 명절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설 명절을 보내는 반려동물 보호자분들께 참고할 만한 절기가 있다면 바로 추수감사절입니다.
11월 넷째주 목요일에 기념하는 추수감사절은 절기상 우리나라의 추석 (9-10월 경)과 설날 (1~2월 경) 사이에 있는데요. 설날, 추석, 추수감사절의 공통점은 바로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공통점 때문에 미국에서도 추수감사절은 반려인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날로 꼽히며, 전미수의사회(AVMA)를 비롯해 많은 반려동물 관련 단체들이 추수감사절 반려동물 안전에 관한 경고성 컨텐츠를 발행하게 됩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반려동물에게 나눠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은 반려인들이 이해하고 계시지만, 사실 가족 친지들이 모여서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를 나누다 보면 음식을 흘리거나 음식을 구걸하는 반려동물에게 무심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나눠주게 될 때가 있습니다.
미국의 반려인분들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말이죠 (출처 : seattlehumane) |
특히 미국의 추수감사절의 대표 음식인 칠면조 요리는 지방성분이 많아, 명절에 반려견 급성 췌장염을 유발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설 명절에 흔히 조리되는 음식인 갈비찜의 경우 소갈비와 돼지갈비를 막론하고 영양성분의 60% 이상이 지방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췌장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갈비 요리는 동물의 뼈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부주의하게 급여하면 췌장염 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이물도 문제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췌장염의 경우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면, 소화기계 이물은 보통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 심각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그 뻔한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서 병원신세를 지는 아이들이 매년 생겨납니다.
우리나라 대표 명절 음식 갈비찜.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무척이나 탐냅니다. |
사실 설이나 추석 연휴의 기름진 음식 문제는 반려동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설 연휴 우리나라 국민이 응급실을 찾게 되는 원인 1위는 장염이며 그 다음으로 감기, 폐렴 순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보호자분들도 응급실을 찾는 일이 없으려면, 가족 친지들과 좋은 소식을 많이 나누시고 기름진 음식은 조금만 드시며 반려동물에게는 사람이 먹는 음식과는 별도로 특식을 준비해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가족 간에는 "대학교 어디 갔어요?' '취업은 했냐?" "결혼 안하냐" "애는 안 갖냐" "장사는, 사업은 잘되냐" 등등 체하게 하는 이런저런 말씀들도 조심해야할 테이고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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