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최초의 의료용 마스크는 누가 개발했을까요? 측우기나 종이처럼 발명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의료용 마스크에 대한 기록은 약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97년 폴란드의 외과의사 요한 미쿨리치라데츠키(Jan Mikulicz-Radecki)는 한 겹의 의료용 거즈로 만든 마스크 사용에 대해 기록을 남겼는데요. 의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략 이 때부터 의료진이 수술을 할 때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마스크는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을까요? 이것 역시 확실하진 않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이 '반려동물 마스크 착용'의 기원년이라고 봅니다.
2010년대부터 미세먼지와 국민 건강, 특히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요. 2018년 봄에 이르자 마침내 반려동물용 마스크의 등장이 기사화되기 시작했죠.
최근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반려동물용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용 마스크,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반려동물 마스크의 검색량은, 대체로 반려동물 미세먼지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
우선 사람을 기준으로 먼저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수술용 마스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입자를 다 걸러낼 순 없습니다. 원래부터 미세먼지보다는 훨씬 큰 오염물질들, 사람의 코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작은 분비물을 차단하기 위해 개발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스크에 특수 필터를 붙이고 얼굴에 완전히 밀착할 수 있게 설계된 황사/방역용 마스크가 개발됩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를 막을 목적으로 착용하는 이런 마스크들은 '입과 코를 외부의 공기로부터 완전히 밀폐시킨 상태에서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한 입자를 어디까지 걸러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평가와 인증을 합니다.
인증을 마친 제품에는 KF(Korea Filter) 표시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스크를 구비할 때 흔히 KF 80, KF 94 등으로 마스크의 성능이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게 되죠. KF 80은 80%, KF 94는 각각 외부 미세먼지를 80%, 94% 걸러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사람과 얼굴 구조가 다를 뿐더러 같은 강아지끼리도 품종별로 큰 차이가 나는 반려동물의 경우 상황이 좀 다릅니다. 마스크의 필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켜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필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반려동물의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릴 수 있도록 마스크가 밀착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람과는 달리 마스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이나 인증기관이 없다 보니,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에게 무리하게 마스크를 착용시켰을 때 공기를 정화하는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원활한 호흡을 방해할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기도 합니다. 동물은 사람과는 달리 자신이 원할 때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사람의 공중보건과 관련된 사회적인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애먼 반려동물용 마스크가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나 감염병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위생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과는 달리 반려동물용 마스크가 미세먼지 차단이나 감염병 확산방지에 있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거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이 어렵고 사람 마스크와는 구조가 다른 특성상, 반려동물용 마스크도 사람 마스크 이상으로 고가에 판매되는데요.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글쎄요.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도, 문제가 생긴 이후에 개개인이 대처하기보다는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공중보건 수준 향상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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