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이 날은 동전의 양면 같은 날이다. 어린이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날이지만, 부모에게는 부담스러운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냥 즐겨도 되는 날이지만, 부모들은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놀이동산에 가는 것은 물론 맛있고 비싼 외식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장난감까지 안겨줘야 하는 날이다. 아이들이 만족하는 수준까지 지출하다가는 자칫 아빠의 한 달 용돈이 다 날아가기 십상이다.
한국에 있을 때 어린이날에 꼭 간 곳이 있었다. ‘토이저러스’였다. 그곳에서 가족들은 서로 다른 추억을 쌓았다.
아이들은 멋진 장난감들을 샀고, 아빠의 지갑은 계속 얇아졌다. 그런데 ‘토이저러스’와의 인연은 미국에서도 끝이 나지 않았다.
공교롭게 집 바로 근처에 ‘토이저러스’ 매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있었다.’라는 표현이다. 이는 이제 ‘토이저러스’ 매장이 옆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동네에서 영업을 종료한 토이 저러스. 2018년 3월 촬영 |
미국에서 살면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보충하기 위해 커뮤니티에서 하는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두어 달 전 미국인 강사는 수업 시간에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강세 속에 오프라인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토이저러스’를 손꼽은 적이 있었다.
물론 ‘토이저러스’ 외에도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들도 온라인 업체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 ‘롯데마트’에 해당되는 ‘월마트’, 하이마트에 해당되는 ‘베스트 바이’는 물론 스포츠 용품 전문점인 ‘딕스’, 백화점인 ‘메이시스’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 업체와 소리 나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포츠 전문 매장 딕스, 2018년 1월 촬영 |
이런 와중에 온라인 매장의 공룡이라고 불리는 ‘아마존’이 최근 펫푸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4일(미국시간) 현지 매체들은 아마존이 이번 주 내로 펫푸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면서, 향후 도그 푸드 시장에서 업체 간의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햄버거집 '파이즈 가이즈' |
그 뉴스를 보면서 문득 자주 가는 햄버거 가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직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이브 가이즈’라는 햄버거 집이었다. 풍부한 육즙과 강한 풍미가 매력적인 이곳은 최근 미국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식사를 마치면 반드시 하는 특이한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펫스마트’라는 애견 용품 전문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필자에게는 ‘파이브 가이즈’와 ‘펫스마트’는 분리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펫스마트’의 장점은 다양한 애견 용품과 사료를 보는 것도 있겠지만, 주인과 함께 그곳에 오는 다양한 종류의 개들을 보는 것도 있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재미다.
‘아마존’이 왜그(wag)라는 자체 브랜드를 단 PL(private label) 상품을 출시한 이상 ‘펫스마트’도 이제 아마존과의 치열한 격전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코 쉽지 않은 전쟁일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애견용품 전문매장 펫스마트, 2018년 2월 촬영 |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건전한 경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좋은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많은 만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의 결과, 특정 업체가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면서 독점 체제로 귀결되어져서는 안 된다. 이는 정치에서의 독재가 국민들에게 주는 폐해에 버금가는 피해를 소비자들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의 본격적인 도그 푸드 시장 진출로 생긴 전쟁은 향후 어떤 식으로도 전 세계 애견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연 그 결과가 얼마나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자못 궁금하다. 게임은 지금 시작되었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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