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미국인들의 개 사랑은 대단하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자신이 키우는 개를 당연히 가족(family)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는 사람과는 다른 동물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개를 온몸에 털이 나있는 ‘털이 있는 가족’(furry family)이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인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가족을 소개할 때도 개는 빠지지 않는다. 한 미국인은 필자에게 자기 가족은 모두 6명이라고 했다. 필자는 당연히 그 미국인의 자녀가 4명이나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이었다. 그 미국인은 자녀 두 명과 개 두 마리가 있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상한 가족 소개지만 미국인에게는 결코 이상하지 않은 가족 소개다.
미국은 ‘쿠폰(coupon) 천국’이다. 쿠폰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공짜 쿠폰 북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쿠폰 북은 우편배달부를 통해 정식 우편물로 배달되기도 하지만, 다른 쿠폰 북은 현관 앞에 던져져 있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쿠폰 북. 2018년 5월 촬영 |
이런 쿠폰 북을 잘 활용하는 것은 생활비를 줄이고, 슬기롭게 소비생활 하는 지혜다. 그래서 쿠폰 북을 절대 버리지 않고 숙독해야 한다. 만약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사전을 뒤져 그 뜻을 깨우치고, 외운다. 이렇게 쿠폰 북을 열심히 읽고, 이해하는 것은 독해력 증진과 단어 실력까지 늘리는 효과를 일으킨다.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다.
그런데 며칠 전 집에 배달된 한 쿠폰 북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한 광고가 있었다. 단독주택에 펜스(fence)를 설치하는 광고였다. 미국 단독주택의 경우, 펜스가 없는 집이 있는 집보다 훨씬 많다. 그러므로 집에 펜스 설치를 하는 사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합리적 이유만 있다면 충분히 확장 가능한 사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펜스를 집 주변 경계에 치는 것은 남에게 간섭받지 않는 배타적인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낯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본 그 광고는 그런 진부한 내용으로 마케팅하지 않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펜스를 팔려고 했다.
그 업체는 “개가 있어야 집이 완성되고, 펜스가 있어야 집이 완성된다.”는 공격적 문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털이 달린 가족’(개)을 위해 안전하고, 보안성 높은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자신이 사는 단독주택에 안전하고, 보안성 높은 펜스가 없다면 마당에서 노는 자신의 개는 밖으로 도망갈 수 있다. 또한 다른 집의 개가 와서 소중한 털이 달린 가족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개 도둑이 와서 마당에서 개를 훔쳐갈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생각이 그 광고를 읽는 사람의 마음에 생기면 그 업체는 성공한 것이다. 광고는 그런 것을 노린 것 같았다.
보안성이 별로 높지 않은 필자 집의 펜스. 2018년 5월 촬영 |
물론 쿠폰 북에 있는 광고니까 당연히 할인 쿠폰이 있었다. 무려 150달러(16만원)짜리 할인쿠폰이었다. 그러면 펜스 설치비용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미국 소비자의 지갑에서 거금(巨金)을 꺼내려면 개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도 깨닫게 됐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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