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197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1~2% 수준에 불과한 극소수였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공간이었던 아파트는 단기간에 엄청난 인기를 모으면서 보편적인 거주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국민들은 잘 몰랐겠지만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여러 계층과 집단들의 다양한 수요와 이익을 만족시켜주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고급스러우면서 편리한 주거공간이 필요했던 아파트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잔솔질과 주야간 보안까지 책임져야 하는 단독주택에 비해 아파트는 너무나 편리한 공간이었다.
아파트를 지어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도 아파트 건설은 일감이 꾸준히 담보되는 질 좋은 산업이었다. 업체 입장에서는 공사대금도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 아파트는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였다.
고속성장 시절 정책결정자인 정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파트는 한국처럼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가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 결과, 아파트는 2010년 이후 국민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보편적 거주공간이 된다.
한국의 아파트는 실내구조에서 큰 차이점이 없다.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된다. 거실, 주방, 욕실, 베란다, 창고와 방이 있는 구조다. 거실과 주방의 바닥은 주로 나무, 방의 바닥은 장판으로 마감된 게 보통의 아파트다.
하지만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한국의 아파트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이 많지 않다. 물론 뉴욕,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는 공동주택이 다수 있겠지만, 그런 대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아닌 일반적인 미국들은 대게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휴일이 되면 자신의 차고에서 차를 꺼내서 세차를 하고, 정원에서 잔디를 깎는다. 그래서 휴일 오전이 되면 동네 여기저기서 잔디 깎는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미국 단독주택의 실내는 한국처럼 나무 바닥이나 장판이 아니다. 대부분 카펫(carpet)이 깔려있다. 타일로 마감된 집도 있지만,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중부처럼 겨울이 확실히 존재하고 추운가을만 되어도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는 타일 바닥을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 단독주택의 카펫 바닥 |
카펫 바닥은 따뜻하고 폭식함을 주는 장점은 있지만 청결 유지에서는 문제가 있다. 카펫 바닥을 전용 청소기로 청소해도 카펫 사이에 끼어 있는 먼지, 머리카락, 오물 등을 시원하게 빨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카펫은 진드기, 세균 등이 번식하기에 이상적 환경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카펫 바닥은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카펫 바닥에 음료나 기타 오물을 떨어뜨려서 생긴 얼룩은 정말 제거하기 어렵다.
둘째, 거실과 붙어있는 주방에서 요리하며 생긴 음식 찌든 냄새와 실내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의 분비물 흔적 때문에 생긴 동물 냄새(pet odor)를 없애기 어렵다.
필자의 집에서 사용하는 카펫 전용 청소기, 2018년 5월 촬영 |
그래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미국인들은 정기적으로 카펫을 바꿔준다. 물론 가장 위생적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은 부유한 사람이 아니면 실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전문 업체를 통해 카펫을 대대적으로 청소하는 차선책을 선택한다.
카펫 청소를 할 때 미국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가족들의 건강 문제다. 카펫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한 청소약품이 호흡기나 피부 등에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인의 가족 개념에는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개나 고양이 같이 '털이 달린 가족'(furry family)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인체는 물론 그런 동물에게도 무해한 청소법을 선호한다.
얼마 전 어느 카펫 청소업체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 업체는 자신들의 카펫 청소가 가장 안전함을 강조하면서 “아이들과 반려동물들에도 안전하다.”(safe for children & pets)는 주장을 했다. 이 이야기는 소비자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짧지만 매우 영리한 광고 문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집에서 개를 키우는 미국인의 주머니를 열고 싶다면 그 개를 공략하는 광고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카펫 청소는 사랑하는 개에게 무해하다.”는 수비적인 광고를 넘어서 “자식과 같이 사랑하는 개의 건강을 위해 카펫을 청소하자.”는 식의 공격적인 광고도 바람직할 것 같다.
이런 식의 광고는 비단 카펫 청소에만 국한될 것 같지 않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보다 크게 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미국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연구해 보는 것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
미주리에서 캉스독스(powerrang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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