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북미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멕시코는 국토 면적은 196만㎢, 인구는 1억3천만 명이나 된다. 멕시코의 면적과 인구를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멕시코의 면적은 한국의 19배, 인구는 2배반이나 된다.
하지만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는 미국이라는 존재가 워낙 커서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로 저평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같은 언어와 비슷한 문화를 가진 캐나다와는 달리 미국과 다른 점이 더 많은 나라다. 하지만 몇 가지 측면은 비슷한 점도 있다. 그중에서도 나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조(national bird, 國鳥)가 모두 북미산 맹금류라는 것은 양국의 공통점이다.
미국의 국조는 대머리독수리로 더 잘 알려진 흰머리수리(Bald Eagle)다. 이 새는 미국의 공공기관이나 공문서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미국의 살아 있는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조인 흰머리수리. 2018년 7월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촬영. |
멕시코의 국조는 외국인들에게는 비교적 생경한 새다. 이 새의 고향은 북미에서 남미까지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북미산 매의 일종인 크레스티드 카라카라(Crested Caracara)는 미국 남부 지역인 텍사스, 플로리다에서 남미에 속하는 브라질 북부까지 이르는 드넓은 곳을 서식지로 삼고 있다.
크레스티드 카라카라는 스페인의 침략군이 멕시코를 정복하기 전부터도 당시 그곳의 주민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아즈텍제국 시절에도 크레스티드 카라카라는 영험한 능력이 있는 신성한 새로 추앙받았다.
독특한 이름인 크레스티드 카라카라는 크레스티드와 카라카라가 합쳐진 합성어(合成語)다. 크레스트(crest)는 새의 머리에 있는 ‘벼슬’을 뜻하는 명사고, 크레스티드(crested)는 크레스트에서 파생된 형용사로 ‘볏이 있는’, ‘볏을 가지고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름 뒤에 있는 카라카라(caracara)는 새가 내는 울음소리를 사람들이 흉내 낸 의성어(擬聲語)다.
따라서 크레스티드 카라카라는 새의 이름은 '카라카라'라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는 머리에 벼슬을 한 매라고 해석할 수 있다.
크레스티드 카라카라(박제). 2018년 8월 댈라스 페로박물관에서 촬영. |
크레스티드 카라카라는 이름도 독특하지만 생활습관도 마찬가지로 독특하다. 부엉이나 매 같은 사냥꾼(hunter) 역할은 물론 독수리처럼 청소동물(scanvenger)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크레스티드 카라카라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이 새의 비행고도를 보면 알 수 있다. 낮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고 있으면,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크레스티드 카라카라의 주 사냥감은 체구가 작은 동물이다. 뱀, 도마뱀 같은 파충류에서 곤충까지 이 매의 먹이가 된다.
멕시코 동전을 보면 선인장 꼭대기에서 뱀을 먹는 매가 있는데, 이는 크레스티드 카라카라가 뱀 사냥에 성공하여 높은 곳에서 매를 먹고 있는 것을 그린 것이다.
반면 크레스티드 카라카라가 고공에서 아래를 천천히 내려다보면서 여유 있게 비행하고 있으면 이는 사냥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바닥에 누워있는 사체를 찾고 있는 것이다.
크레스티드 카라카라가 이렇게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생존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굶주리지 않는 맹금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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