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도넛이 주는 작은 행복을 마당이 있으면 실내가 아닌 개방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2017년 11월 한 커피숍에서 촬영 |
[노트펫] 지붕의 안쪽을 천장이라고 한다. 마당에는 천장이 없다. 실내공간이 아닌 마당에서 고개를 들면 푸른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햇볕을 쬐지 않아 생기는 비타민 D부족 현상은 마당만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당은 화창한 날에만 좋은 게 아니다. 날이 궂으면 낭만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지상에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는 구수한 커피의 맛을 한층 배가시키는 추임새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혼자 멋을 내기에 충분한 여유를 준다.
마당이 있다면 추워도 좋다. 두꺼운 파커를 입고 흩날리는 눈의 내림을 본다. 그러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잔의 핫초코를 들이킨다. 신선이 부럽지 않다.
마당은 사람에게만 이런 작은 행복을 주지 않는다. 반려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런 기쁨을 준다. 마당에서 노는 개나 고양이를 보면 그들 내면에 숨겨진 본능을 관찰하기에도 좋다.
사람과 함께 사는 개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할 필요가 없다. 주인인 사람이 알아서 먹을 것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의 사냥 본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개를 키우면 그런 점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중학교 재학 시절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와 토이 푸들(Toy Poodle)을 같이 키웠다. 대장 역할은 당연히 요크셔 테리어의 차지였다. 푸들은 워낙 순해서 요크셔 테리어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음식을 먹을 때나 물을 마실 때도 요크셔 테리어가 용무를 마쳐야 비로소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 애당초 서열 싸움을 할 정도가 되지 못했다.
필자의 지인이 키우는 토이 푸들 |
3월이 되면 완연한 봄의 전령사가 찾아온다. 그러면 마당은 사람이 아닌 에너지가 충만한 개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런데 개들은 마당에서 시키지도 않은 과외 활동을 했다. 당시만 해도 쥐가 많던 시절이었다. 그 문제를 개들이 해결해주었다. 요크셔 테리어는 소문난 쥐 사냥꾼이다. 영국에서 구서(驅鼠)를 위해 개량된 품종이기도 하다.
필자는 몇 차례 이들의 쥐 사냥 광경을 본 적이 있다. 푸들이 쥐를 몰면 요크셔 테리어가 이를 덮쳤다. 요크셔 테리어는 자신의 이름 뒤에 테리어(terrier)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수시로 증명했다. 테리어는 땅 속에 사는 동물을 사냥하는 작은 사냥개들을 일컫는다.
두 마리의 개는 2견1조가 되어 업적을 남겼다. 축구로 골은 요크셔 테리어가 어시스트는 푸들이 한 셈이다. 둘은 쥐를 잡는다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 키운 고양이는 혼자 해결했다. 마치 은밀한 사냥꾼인 표범처럼 고양이는 조용히 목표물에 다가가서 쥐를 덮쳤다.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봤다. 개들이 쥐를 잡을 때는 쥐가 마당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같이 힘을 보탠 적도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마당은 필자에게 협업하는 사냥꾼인 개와 고독한 사냥꾼인 고양이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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