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빠루] 제 67부
[노트펫] 예년과 같이 강남(江南)에서 온 제비 부부는 그해에도 마당에 있는 외등에서 소중한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끼들의 덩치는 점점 더 커져갔다. 둥지가 비좁을 정도로 빨리 자랐다.
새끼들의 성장은 부모에게는 더 열심히 사냥해야 함을 의미한다. 제비 부부의 날갯짓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더 많은 벌레를 잡아야 했다. 그런 장면을 마당에서 보고 있자니, 제비 부부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가방을 평상에 던져 놓고 할아버지와 함께 둥지를 보고 있었다. 아빠 제비는 새끼들의 입에 정확히 벌레를 넣어주었다. 가슴 뭉클했다. 할아버지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비는 정말 열심히 일하네요. 한시도 쉬지 않고 새끼를 먹여 살리는 일은 중노동이네요."라고 화제를 던졌다.
할아버지는 옆에 앉아 둥지를 같이 쳐다보던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아빠 제비가 벌레를 잡아다가 새끼들의 입에 쉬지 않고 넣어주는 것이나, 너희 아빠가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같은 일이다. 새끼 제비들이 먹는 벌레는 아빠 제비가 힘들게 사냥한 결과고, 네가 먹는 밥은 너희 아빠가 열심히 일한 것을 엄마가 요리한 결과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밥은 없다. 어린 자식들이 먹는 밥은 부모가 뼈 빠지게 일한 결과다. 세상의 모든 자식은 부모의 헌신으로 자란다.”며 말씀을 마쳤다.
다음날에도 할아버지와 함께 마당의 제비 둥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부모의 노고를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전날과는 다른 시각으로 제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제비처럼 저렇게 헌신적으로 자식을 키우는 동물을 두고 미물(微物)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눈에는 작고 힘없어서 제비가 미물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힘들게 자식을 키우는 동물에게 미물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고 했다.
제비 이야기를 마치신 할아버지는 그날의 결론이 될 만한 이야기를 했다. 까마귀는 어른이 되면 자신을 키워준 부모의 노고를 잊지 않고 챙긴다. 때론 기력이 떨어진 부모를 위해 먹을 것을 잡아 주기도 한다. 너도 마음속에 항상 부모의 노고를 잊지 않는 까마귀 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사자성어로 하면 반포지효(反哺之孝)다.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노고를 잊지 않는 뜻이다. 시간이 한참 흘러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지만, 할아버지는 그날 손자와 함께 제비 둥지를 보면서 당신의 하나 뿐인 외동아들의 노후를 손자인 필자에게 신신당부 한 것이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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