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동물병원의 알쓸반잡] 안녕하세요. 8년째 고양이 진료를 이어가며 구토에 대한 진료 빈도가 꽤 많았는데요. 신부전과 같이 고양이에서 가장 많은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도 구토입니다.
70가지가 넘는 구토의 원인 중에 어떤 이유에서 구토하는지를 밝혀내는 것 또한 중요한데요. 다만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적은 자극에도 쉽게 구토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많이 하기 때문에 헤어볼이라고 하는 털 뭉치를 정상적으로 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적으로 가끔 하는 구토 외에 증상이 평소보다 자주 일어나거나 밥을 안 먹는 등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면 동물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봐야 하는데요. 오늘은 고양이가 토하는 이유와 어떨 때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고양이 구토
고양이 토하는 증상은 크게 만성 구토와 급성 구토로 나뉠 수 있습니다. 만성 구토의 경우 2주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매일 혹은 2~3일에 한 번씩) 토하는 것을 의미하고요. 급성 구토의 경우 토를 안 하던 아이가 갑자기 토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같은 구토라도 다른 증상(식욕부진, 기력 저하 등)이 동반되어 있거나 하루에 2~3번 이상 나타난다면 질병에 의한 구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한번 구토했다고 바로 수의사를 만날 필요는 없지만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주셔야 합니다.
△고양이 구토의 원인
구토 원인은 다양하며 일부는 금방 나아지지만 어떤 경우는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많은 원인들 중 흔한 원인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염
경미한 위장장애인 경우가 많으며 대체로 간단한 치료로 개선됩니다.
다만 위염이 심하거나 위궤양, 헬리코박터 감염 등 다른 복합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 긴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범백혈구 감소증
접종이 안 된 고양이나 접종하기 전 어린 고양이에서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치사율이 높은 질환이며 즉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 2~3개월 이내 어린 고양이에서 구토나 설사가 나타난다면 전염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헤어볼
그루밍을 많이 하는 고양이에서 특징적인 증상으로 구토에서 털 뭉치(헤어볼)를 볼 수 있습니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물질 섭취
가볍게 넘기면 안 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고양이들은 실, 끈과 같은 길이가 있는 이물질을 잘 삼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 안에 있는 경우 내시경으로 제거가 가능하지만 위에서 장으로 넘어간 경우 장폐색을 일으키고 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물질 섭취가 의심되는 경우 빠른 대처가 필요합니다.
•식이 변화에 의한 구토
안 먹던 사료나 간식을 먹은 경우 구토를 할 수 있습니다.
조금씩 사료를 섞어서 교체해 주시고 구토가 지속된다면 해당 사료는 안 먹이시는 게 좋습니다.
•신부전
신부전은 고양이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노령 고양이에서 가장 중요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구토와 식욕부진이 주증으로 나타납니다.
•췌장염
고양이의 경우 만성 췌장염이 많으며 췌장뿐만 아니라 십이지장, 담관도 함께 염증이 일어나 triaditis(세동이염)이라고 합니다.
•기생충 감염
최근에는 내외부 기생충 예방을 보호자님께서 잘 해주시기 때문에 흔하지 않지만 기생충 감염이 있는 경우에 구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구충을 주기적으로 해준다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기타 질환들
당뇨병, 갑상선 기능항진증, 식이 알레르기, 염증성 장 질환, 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원인들을 나열하였는데요. 구토는 원인이 수십 가지에 달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언제 동물 병원에 와야 할까?
고양이가 토할 때마다 동물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헤어볼을 가끔 토하는 경우도 많고 급하게 먹고 일회성으로 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보다 위장관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인데요.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동물 병원에 내원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기력 저하
구토 증상과 함께 기력도 떨어진다면 전신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물질 섭취한 적이 있다
이물질 섭취에 의한 구토는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해야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설사가 동반됨
구토뿐만 아니라 설사도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위 자극에 의한 구토는 아닙니다. 동물 병원에 내원하셔서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토가 여러 번 계속 나타남
기력이 좋고 1-2주에 한 번씩 토하는 정도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하루에 여러 회 구토를 하거나 거의 매일 구토를 장기간 이어가는 경우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토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경우
위장관에 출혈이 있는 경우 피가 나올 수 있는데요. 동물 병원에 내원하셔서 관련 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 구토의 진단과 치료
아이의 상태에 따라 검사를 할지 그리고 하게 된다면 어떤 검사를 할지 정하게 되는데요. 대증 처치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상검사(x-ray, 초음파검사) 또는 필요시 혈액검사 등 진단을 위한 검사 후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은 질병을 숨기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증상에 따른 치료도 중요하지만 증상이 일어나기 전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예방도 중요합니다. 1년에 1번 건강검진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세요.
김평 수의사(kimp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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