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강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도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강을 보면 사하라를 빼고는 강이 대지 곳곳을 적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하라를 남북으로 가르며 흐르는 나일 강은 백 나일과 청 나일의 두 줄기로 시작하는데 백 나일은 우간다의 빅토리아 호수라고도 합니다. 청 나일은 이디오피아의 청 나일 폭포입니다. 이 강은 수단의 카르툼에서 만나 사하라를 가르고 지중해로 빠져나가면서 이집트 문명을 낳았습니다.
사하라 아래 사헬지대를 촉촉하게 적시는 강으로는 니제르 강이 있습니다. 니제르 강 줄기를 따라서 아프리카 초기 문명인 가나왕국, 볼거리 가득한 말리왕국 등 많은 문명국들이 탄생했으니 니제르 강 역시 나일 강과 함께 대지를 풍요롭게 적시는 아주 귀한 강입니다. 특히 사헬지대는 위도 10도에 위치해 사하라를 두고 대륙의 다른 모습이 만나는 완충지대입니다. 이슬람과 가톨릭이 만나고 백인 원주민과 흑인 원주민이 만나는 아프리카의 용광로입니다.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분지를 생명의 보물창고로 만드는 콩고 강은 마치 부채를 펼쳐놓은 듯, 잔가지가 산발한 듯, 다양한 지류를 가진 강입니다. 강의 길이는 나일 강보다는 짧지만 주변 수역은 아프리카 최고입니다. 콩고 강 주변으로 펼쳐진 울창한 정글은 가장 완벽한 자연상태를 유지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생명의 땅, 종의 보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잠베지 강은 아프리카 중남부를 적시는 강입니다. 앙고라 고원에서 발원한 여러 지류가 합류해 형성된 강으로 도중에 초베 강과 만나 빅토리아 폭포를 이루고 다시 말라위 호수가 합류해 유유히 인도양을 빠져나갑니다. 빅토리아 폭포를 거대하게 치장하는 강으로는 잠베지 강 이외에도 초베 강이 있고, 아프리카 중남부를 적시는 강으로는 오카방고 강이 있습니다.
초베 강과 오카방고 강은 앙고라 고원에서 시작해 오카방고 강은 남으로 흘러 대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천천히 칼라하리 사막으로 사라집니다. 초베 강은 남동쪽으로 흐르다 빅토리아 폭포를 만나 인도양으로 흘러듭니다. 즉 단지 능선 하나를 두고 어떤 물방울은 인도양으로 흘러가고 어떤 물방울은 대지로 스며드니 시작은 같아도 결과가 다른 건 인생사만 그런 게 아니라 자연의 법칙도 그러한 모양인가 봅니다.
우리의 빅토리아 폭포 여행은 잠베지 강 선셋 크루즈와 보츠와나로 넘어가 초베 강 사파리를 덤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보츠와나로 갔으니 더 연장하여 오카방고 델리를 가보려 했지만 동선이 길어져 초베 강에서 여행길을 돌립니다. 초베 국립공원 사파리는 빅토리아 폴스 시티(Victoria Falls City, 이하 빅폴 시티)에서 하루 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사파리가 스와힐리어로 ‘여행’이라는 말이라고 하니 우린 여행 중 다시 하루 여행을 떠난 모양새입니다. 초베 사파리는 어떤 모양일까요? 우선 초베 강과 잠베지 강이 만나는 카루중가까지 차로 1시간 30분을 달립니다. 거의 일직선 도로들이고, 도로 양편은 키 큰 수풀과 그 뒤로는 나무가 빽빽히 있습니다. 카루중가는 두 강의 하수지점 일 뿐 아니라 짐바브웨, 잠비아, 나미비아, 보츠와나가 만나는 교차로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하나의 강이 두 땅을 가르니 두 개의 강이면 네 개의 땅을 가르는 것과 같습니다.
국경에서 출국신고를 합니다. 보츠와나로의 입국은 비자도 필요 없고, 수속도 간단합니다. 아프리카의 선진국에 온 기분입니다. 변방인데도 아프리카의 부국답게 여유롭고 깔끔합니다. 모든 게 다이아몬드 덕이지요. 초베 사파리는 오전에 배를 타고 초베 강의 늪지를 찾아 다니며 다양한 동물을 관찰합니다.
특히 다양한 새들이 인상적인데, 새가 너무 작아 화려함을 카메라에 담기 어려웠습니다. 그 외에도 하마 가족, 코끼리 무리, 버펄로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짚차를 타고 육지에서 여러 동식물을 관찰합니다. 역시 버펄로, 코끼리, 하마, 악어, 그 외도 임팔라 떼가 무지 많습니다. 기린과 얼룩말, 산양 가족도 보았습니다.
대체적으로 탄자니아의 사바나 대지를 주름잡는 대단한 규모의 동물 떼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아늑하고 아기자기 한 사파리였습니다. 특히 늪지에서 즐긴 사파리의 맛은 탄자니아와는 달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짐바브웨 비자를 받고나니 벌써 늦은 오후입니다. 미리 알았으면 짐바브웨 입국 신고서를 써 가지고 갈일이었습니다.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서양인들이 우리가 신고서를 쓰는 몇 분 동안 10여개의 여권을 가져왔습니다. 미리 신고서를 써 온 것이지요. 차례를 내주고 나니 우리가 수속을 마치기까지 거의 1시간 이상 보내야 했습니다. 짐바브웨 수속은 보츠와나에 비해 아주 늦고 번거로웠습니다.
비자를 받고 하루 종일 고생한 가이드와 헤어지려는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초베 사파리에 동행한 스페인 친구는 수속을 끝내자마자 휙 가버렸습니다. 그는 팁을 안 준 듯 합니다. 일인 $180로 모든 게 포함이라고 하니 안 주어도 될법하긴 한데, 왠지 저도 그렇고 가이드도 그렇고 편하지가 않습니다.
주머니엔 $100 지폐밖에 없고, 그렇다고 $100 주기에는 아깝고, 거슬러 달라기도 그렇고, 머뭇거리는 사이 보츠와나 가이드는 차를 몰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사람과 헤어지며 맘이 불편했습니다. 앞으론 귀찮아도 미리미리 잔돈을 준비해야겠습니다. 다시 빅폴시티로 돌아오니 벌써 6시, 그렇게 하루가 휙 지나갔습니다.
아프리카 여행기는 '아프리카, 낯선 행성으로의 여행'(채경석 지음, 계란후라이, 2014)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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